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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셋값이 미쳐버려 착한 월세가 필요해요

김경락기자의 초딩 이코노미를 소개합니다.

김경락기자의 초딩 이코노미는 초등학교 4학년 수준의 눈높이에서 경제 현상의 이면을 설명해주는 '친절한' 한겨레 기사입니다. 현재 한겨레신문 토요판에 6회까지 소개가 되었습니다. 격주로 소개되고 있는 김경락기자의 초딩 이코노미 기사를 베이비트리 부모가 알아야할 뉴스에서 만나보세요. 김경락 경제부 기자는 세종특별자치시에서 기획재정부를 출입하며 재정·금융 분야를 다루고 있으며, 알려지지 않은 소식을 전하는 것만큼이나 알기 쉽게 경제 현상을 소개하는 데 관심이 많습니다. 쓴 책으로 (사계절), 번역한 책으로 (메디치미디어)가 있습니다.

[한겨레 토요판] 김경락의 초딩 이코노미
(7) 전세난민

덜 오르는 집값과 싼 이자 때문에 전셋값이 미쳤다. 서울의 아파트 전세 중위값은 2년 전 2억6829만원이었는데 지금은 3억5923만원이다. 딱 1억원 올랐다. 지난해 3월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인근 부동산 모습. 연합뉴스

전셋값이 하루가 다르게 뛰어요. 보금자리 문제로 밤잠 설치는 분 많지요. 조금 싼 집으로 이사를 가야 할지, 아니면 은행에 빚을 더 내어서라도 지금 살고 있는 곳에 머무를지, 아니면 아예 집을 사버릴지, 고민은 꼬리를 물지만 어떤 선택이든 확신이 안 서요. 여러분 부모님 중에도 이런 분 제법 있을 거예요.

정부에 대책 마련을 주문하는 목소리는 날이 갈수록 커져요. 한 시민단체는 얼마 전 기자회견을 열어 “연일 치솟는 전셋값이 서민들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다”고까지 경고했어요. 집을 가진 사람보다 세 들어 사는 사람이 더 많으니, 정말 전셋값이 이대로 계속 오르다간 무슨 일이라도 날 것만 같아요.

하지만 정부는 마땅히 대책을 마련하지 못해요. 어설픈 대책을 내놨다가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까 전전긍긍해요. 자칫 발을 내디뎠다간 전셋값에 불을 붙일 수도 있다는 두려움도 크죠. 더구나 주택 문제는 이해관계가 크게 엇갈리는 사안이기도 해요. 누구에게 이로운 정책은 또다른 누군가의 손해를 부를 수 있다는 거죠. 그런데 어느 쪽이든 모두 다 절박하다고 아우성이에요. 대책 찾기가 정말 어려워요.

불과 3~4년 전만 해도 ‘하우스푸어’ ‘깡통주택’이란 말이 신문에 큼지막하게 나왔어요. 빚을 내 집을 샀다가 집값이 내리면서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을 가리키는 표현이죠. 집값을 띄우라는 주장이 적잖게 나왔어요. 결국 지난해 8월 정부는 집값 부양을 위해 대출을 좀더 손쉽게 하는 정책을 내놨죠. 그런데 지금은 하우스푸어 이야기가 쏙 들어갔어요. 그 자리를 ‘전세 난민’이 메우고 있죠. 정부가 집값 띄우려다 전세 난민을 낳았다는 비판이 쏟아지죠.

물고 물리는 주택 문제. 이번 편에선 뛰는 전셋값을 알아보려 해요. 보금자리 마련을 위해 밤잠을 못 이루는 엄마·아빠가 언제쯤이면 발 뻗고 주무실 수 있을까요.

2년간 12.3%나 뛴 아파트 전셋값
집값이 덜 오르거나 내릴 거라는
전망 짙어질수록 전세 놓으려는
사람 줄고 전셋값 오르게 돼요
지금이 바로 딱 그 상황이에요

저금리 시대와도 관련이 있어요
집주인들은 그래서 월세 좋아해요
전월세로 거래된 전국 아파트 중
월세 비중이 38.1%나 된대요
이 사태를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전셋값은 어떻게 미쳤나

전셋값, 최근 3년간 쉬지 않고 올랐어요. 전세 계약이 보통 2년마다 이뤄지잖아요? 여기선 최근 2년간 전셋값이 얼마나 올랐는지만 따져볼게요. 정부 공식 통계(KB전세가격지수) 기준으로 2013년 9월부터 올해 9월까지 아파트 전셋값은 12.3% 올랐어요. 1억원이던 전셋값이 2년 만에 평균 1200만원 이상 뛰었다는 거죠.

같은 기간 물가는 고작 1.9%만 올랐죠. 비슷한 기간(2013년 2분기~2015년 2분기) 동안 가계(전국 기준)의 소득도 5.7% 오르는 데 그쳤죠. 집값(아파트)도 7.2% 오르는 데 머물렀네요. 전셋값이 얼마나 크게 올랐는지 감이 잡힐 거예요.

전셋값 오름폭은 지역별로 차이가 있어요. 대구가 19.1%로 전국에서 가장 많이 올랐어요. 서울(16.6%)이 그 뒤를 이었고요. 서울과 인천을 포함한 수도권이 16.4%나 올랐네요. 수도권과 경북(11.6%), 대구를 제외하면 2년 동안 10% 이상 전셋값이 오른 곳은 없어요. 전남(-1.0%)과 세종(-2.3%)은 되레 가격이 내렸네요.

그러고 보니 ‘미친 전셋값’이라고는 하지만, 어떤 의미에선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과 대구 등 일부 지역에 한정된 이야기라고 할 수 있겠네요. 지방에 사는 친구들은 미친 전셋값이란 말이 언뜻 와닿지 않을 것 같아요.

여하튼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에서 전셋값이 많이 오른 건 틀림없는 사실이에요. 금액 기준으로 보면 좀더 확실하게 드러나요. 서울의 아파트 전세 중위값은 2년 전엔 2억6829만원이었는데 지금은 3억5923만원이래요. 딱 1억원 올랐지요?

중위값은 평균값과는 다른 개념이에요. 서울에 있는 전세 아파트를 가격이 높은 순으로 한 줄로 세웠을 때 딱 중간에 있는 아파트의 전셋값을 중위 전셋값이라고 불러요. 서울에 있는 전세 아파트 절반 이상이 3억6000만원은 넘는다는 얘기죠.

소득 상위 40%에 속하는 가구의 빚을 뺀 자산(순자산)이 3억원(2억9490만원)이 안 되는 점을 염두에 두면, 전세 아파트는 어쩌면 서민들의 보금자리 형태라 보기에는 어려울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드네요. 같은 맥락에서 아파트 전세를 고민하는 분들은 그나마 여유가 있는 쪽에 속한다고 할 수 있어요. ‘전세 난민’은 소득 수준이 높고 수도권에 사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는 거죠.

하긴 비교적 저렴한 빌라 등 연립주택 전셋값도 많이 뛰었어요. 2년 전보다 11%(서울 기준) 올랐죠. 이 역시 물가나 가계 소득, 집값보다 높은 오름폭이죠. 연립주택 중위 전셋값은 같은 기간 1억3300만원에서 1억5300만원으로 2000만원 올랐어요. 전세 아파트는 엄두도 내기 힘든 서민층 역시 1억5000만원은 줘야 그나마 서울에서 중간쯤 되는 빌라 전세에 살 수 있다는 거지요. 내 집은커녕 셋집 구하기도 어렵다는 푸념이 나올 수밖에 없겠죠? 적어도 서울에서는요.

왜 올랐나1- 집값이 덜 올라서

전세는 다른 나라에서는 찾기 어려운 보금자리 제도이어요. 다른 나라에선 매달 집세를 내는 월세나 주마다 집주인에게 돈을 주는 주세 등이 일반적이래요. 전세 제도가 우리나라에만 있는 것은 남다른 이유가 있겠죠?

전세는 집에 투자해 돈을 벌려는 사람들에게 매우 유용한 제도예요. 집 살 돈이 부족한 사람들은 전세를 놓아 집을 사고, 그 뒤 집값이 오르면 그만큼 돈을 벌 수 있어요. 남의 돈(전세금)을 끌어와 적은 돈으로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거죠.

예를 들어볼까요. 1억원짜리 집이 있다고 쳐요. 호주머니엔 5000만원만 있구요. 이럴 때 전세 5000만원을 놓아 집을 사요. 전세 계약이 끝나는 2년 뒤에 집값이 2000만원 올랐다면, 5000만원만 있던 집주인의 주머니는 얼마나 불어났을까요? 그렇죠. 2년 만에 가만히 앉아서 2000만원을 번 거예요. 집값은 20% 올랐는데 투자 수익률은 그 갑절인 무려 40%나 되어요. 2000년대 집값이 마구 오를 때 이렇게 돈을 번 사람, 참 많았어요. 전세가 어떤 사람들에겐 황금알을 낳는 거위인 셈이었죠. 눈치가 빠른 사람들은 여러 채 집을 전세 끼고 사고팔며 주머니를 불렸어요.

이런 시기엔 전세를 놓으려는 사람이 늘어나니 전셋값은 아무래도 덜 오르게 되죠. 또 집주인도 전세금으로 돈 벌기보다 집값이 올라 돈을 벌려고 기대하기 때문에 굳이 전셋값을 올리려고도 하지 않았죠. 바꿔 말하면 집값이 덜 오르거나 내릴 것이라는 전망이 짙어질수록 전세를 놓으려는 사람은 줄어들게 되고, 전셋값은 오르게 되어요.

지금이 딱 그런 상황이에요. 집값이 오르긴 오르지만 그 오름폭은 크지 않아요. 심지어는 집값이 꼭지에 이르렀다는 말을 하는 사람도 많지요. 집값이 안 오르면 전셋집은 줄어들어 그 가격은 오르게 돼요.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던 2000년대에는 전셋집 구하기 어렵다는 이야기가 적었던 것도 같은 맥락이지요.

왜 올랐나2- 이자가 싸서

두번째는 투자 환경이 달라졌어요. ‘저금리 시대’란 말 들어봤을 거예요. 이자가 싸다는 뜻이에요. 가령 10년 전에는 1000만원을 은행에 맡겼다면 1년에 100만원 정도 이자를 받을 수 있었어요. 그런데 요즘에는 30만원도 받기 힘들어요. 이자가 싸면 돈을 빌리기는 쉽지만 돈을 맡겨도 돌아오는 이익이 얼마 되지 않지요.

전셋값이 오르는 이유도 이와 밀접한 관련이 있어요. 요즘 들어 전세를 월세로 바꾸는 집주인이 부쩍 늘고 있어요. 목돈인 전세금을 받아 은행에 맡겨봤자 이자를 얼마 받지 못하니 차라리 월세를 놓자는 거죠. 월세는 은행 이자보다 4~5배 이상 비싸서 집주인에겐 월세가 전세보다 더 남는 장사가 됐어요.

실제 월셋집은 빠르게 늘고 있어요. 거꾸로 전셋집은 크게 줄고 있죠. 부동산 정책을 맡고 있는 국토교통부 집계 자료에서 이런 현상은 숫자로 확인돼요. 올해 초부터 9월까지 전월세로 거래된 전국 아파트의 월세 비중은 38.1%라고 해요. 전월세로 거래된 집 100채 중 38채는 월세, 나머지 62채는 전세라는 거죠. 이 비중은 불과 2011년만 해도 25.1%였어요. 4년 만에 월셋집은 13채 늘고, 전셋집은 같은 수만큼 줄어든 거죠.

월셋집의 빠른 증가는 서울이 더 두드러져요. 같은 기간 서울의 월세 비중은 18.0%에서 34.0%로 거의 갑절 뛰었죠. 이 통계는 월세 세입자가 동주민센터에 신고한 것만 담고 있으니 실제 월세 비중은 이보다 더 높을 거예요. 이 정도면 전셋집이 빛의 속도로 사라지고 있다고 해도 심한 말은 아니겠죠?

월세를 낮춰야 해요

치솟는 전셋값을 잡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앞에서 전셋값이 뛰는 이유를 두가지로 들었어요. 덜 오르는 집값과 싼 이자라고 꼽았지요. 그렇다면 집값이나 이자를 올리는 게 전셋값을 잡는 한 방편이 될까요?

이 방법은 두가지 점에서 문제가 있어요. 실현가능성이 작고 자칫 위험할 수도 있다는 거예요. 섣불리 꺼낼 카드가 아니라는 거죠. 일단 집값이 덜 오르는 건 누군가가 집값 상승을 제한해서가 아니에요. 몇 가지 배경이 있어요. 당장 사람이 앞으로 줄어든다고 해요. 수년째 아이를 적게 낳아서 빚어진 현상이죠. 인구 감소는 집 사려는 사람도 줄어들 여지가 커졌다는 의미예요. 게다가 집 살 여력이 되는 사람도 그리 많지 않아요. 벌어놓은 돈보다 집값이 너무 비싼 탓도 있고, 이미 빚을 낸 가구가 많아서이기도 해요. 이처럼 집을 사려는 수요가 적으니 집값이 크게 오르기 어려운 거예요. 무엇보다 경제 성장 속도 자체가 느려져 나 홀로 집값 상승은 기대하기 어렵죠.

이자를 올리는 것은 위험한 일에 가깝죠. 이자는 집값이나 전셋값 등 부동산 시장에만 영향을 주는 게 아니라 기업 활동이나 금융시장 등 경제 전반에 넓게 영향을 미쳐요. 전셋값 잡겠다고 이자를 올렸다간 우리 경제 전체가 타격을 받을 수 있어요. 당장 빚을 많이 낸 기업이나 가정이 휘청거리지 않겠어요?

전문가들 중에는 전셋값을 잡기 위해선 월셋집 대책이 더 강화돼야 한다고 말해요. 전셋값 잡으라는데 월셋집 대책이라니 엉뚱해 보이죠? 하지만 조금 깊게 생각해보면 이런 생각이 틀리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어차피 집값은 앞으로 크게 오를 가능성은 작아요. 전셋집은 집값이 많이 오를 때 늘어난다고 했잖아요. 결국 길게 보면 집값이 덜 오르니 전셋집은 점차 줄어들고 나중엔 사라질 여지가 커요.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두면 전세 대책을 마련할 게 아니라 월세를 낮춰 서민들의 주거 부담을 덜어주는 게 더 합리적일 거예요. 또 월세가 떨어지면 전세를 월세로 돌리려는 집주인의 발걸음도 지금보다는 느려질 거예요. 세를 들어야 하는 쪽도 월세 부담이 크지 않다면 굳이 전셋집을 찾으려 하지는 않겠죠.

그렇다면 월세 부담을 떨어뜨리는 방법은 뭘까요? 정부가 값싸고 질 좋은 월셋집을 많이 짓는 게 한 방편일 수 있어요. 정부가 좀 손해를 보더라도 월세를 적게 받는 방식으로 전반적인 월셋값을 떨어뜨리는 거지요. 정부가 지은 월셋집보다 더 비싼 값에 월세를 놓는다면 아마도 그 집에 들어가려는 세입자는 없지 않겠어요?

김경락 경제부 기자 sp96@hani.co.kr

덜 오르는 집값과 싼 이자 때문에 전셋값이 미쳤다. 서울의 아파트 전세 중위값은 2년 전 2억6829만원이었는데 지금은 3억5923만원이다. 딱 1억원 올랐다. 지난해 3월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인근 부동산 모습. 연합뉴스

전셋값이 하루가 다르게 뛰어요. 보금자리 문제로 밤잠 설치는 분 많지요. 조금 싼 집으로 이사를 가야 할지, 아니면 은행에 빚을 더 내어서라도 지금 살고 있는 곳에 머무를지, 아니면 아예 집을 사버릴지, 고민은 꼬리를 물지만 어떤 선택이든 확신이 안 서요. 여러분 부모님 중에도 이런 분 제법 있을 거예요.

정부에 대책 마련을 주문하는 목소리는 날이 갈수록 커져요. 한 시민단체는 얼마 전 기자회견을 열어 “연일 치솟는 전셋값이 서민들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다”고까지 경고했어요. 집을 가진 사람보다 세 들어 사는 사람이 더 많으니, 정말 전셋값이 이대로 계속 오르다간 무슨 일이라도 날 것만 같아요.

하지만 정부는 마땅히 대책을 마련하지 못해요. 어설픈 대책을 내놨다가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까 전전긍긍해요. 자칫 발을 내디뎠다간 전셋값에 불을 붙일 수도 있다는 두려움도 크죠. 더구나 주택 문제는 이해관계가 크게 엇갈리는 사안이기도 해요. 누구에게 이로운 정책은 또다른 누군가의 손해를 부를 수 있다는 거죠. 그런데 어느 쪽이든 모두 다 절박하다고 아우성이에요. 대책 찾기가 정말 어려워요.

불과 3~4년 전만 해도 ‘하우스푸어’ ‘깡통주택’이란 말이 신문에 큼지막하게 나왔어요. 빚을 내 집을 샀다가 집값이 내리면서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을 가리키는 표현이죠. 집값을 띄우라는 주장이 적잖게 나왔어요. 결국 지난해 8월 정부는 집값 부양을 위해 대출을 좀더 손쉽게 하는 정책을 내놨죠. 그런데 지금은 하우스푸어 이야기가 쏙 들어갔어요. 그 자리를 ‘전세 난민’이 메우고 있죠. 정부가 집값 띄우려다 전세 난민을 낳았다는 비판이 쏟아지죠.

물고 물리는 주택 문제. 이번 편에선 뛰는 전셋값을 알아보려 해요. 보금자리 마련을 위해 밤잠을 못 이루는 엄마·아빠가 언제쯤이면 발 뻗고 주무실 수 있을까요.

2년간 12.3%나 뛴 아파트 전셋값
집값이 덜 오르거나 내릴 거라는
전망 짙어질수록 전세 놓으려는
사람 줄고 전셋값 오르게 돼요
지금이 바로 딱 그 상황이에요

저금리 시대와도 관련이 있어요
집주인들은 그래서 월세 좋아해요
전월세로 거래된 전국 아파트 중
월세 비중이 38.1%나 된대요
이 사태를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전셋값은 어떻게 미쳤나

전셋값, 최근 3년간 쉬지 않고 올랐어요. 전세 계약이 보통 2년마다 이뤄지잖아요? 여기선 최근 2년간 전셋값이 얼마나 올랐는지만 따져볼게요. 정부 공식 통계(KB전세가격지수) 기준으로 2013년 9월부터 올해 9월까지 아파트 전셋값은 12.3% 올랐어요. 1억원이던 전셋값이 2년 만에 평균 1200만원 이상 뛰었다는 거죠.

같은 기간 물가는 고작 1.9%만 올랐죠. 비슷한 기간(2013년 2분기~2015년 2분기) 동안 가계(전국 기준)의 소득도 5.7% 오르는 데 그쳤죠. 집값(아파트)도 7.2% 오르는 데 머물렀네요. 전셋값이 얼마나 크게 올랐는지 감이 잡힐 거예요.

전셋값 오름폭은 지역별로 차이가 있어요. 대구가 19.1%로 전국에서 가장 많이 올랐어요. 서울(16.6%)이 그 뒤를 이었고요. 서울과 인천을 포함한 수도권이 16.4%나 올랐네요. 수도권과 경북(11.6%), 대구를 제외하면 2년 동안 10% 이상 전셋값이 오른 곳은 없어요. 전남(-1.0%)과 세종(-2.3%)은 되레 가격이 내렸네요.

그러고 보니 ‘미친 전셋값’이라고는 하지만, 어떤 의미에선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과 대구 등 일부 지역에 한정된 이야기라고 할 수 있겠네요. 지방에 사는 친구들은 미친 전셋값이란 말이 언뜻 와닿지 않을 것 같아요.

여하튼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에서 전셋값이 많이 오른 건 틀림없는 사실이에요. 금액 기준으로 보면 좀더 확실하게 드러나요. 서울의 아파트 전세 중위값은 2년 전엔 2억6829만원이었는데 지금은 3억5923만원이래요. 딱 1억원 올랐지요?

중위값은 평균값과는 다른 개념이에요. 서울에 있는 전세 아파트를 가격이 높은 순으로 한 줄로 세웠을 때 딱 중간에 있는 아파트의 전셋값을 중위 전셋값이라고 불러요. 서울에 있는 전세 아파트 절반 이상이 3억6000만원은 넘는다는 얘기죠.

소득 상위 40%에 속하는 가구의 빚을 뺀 자산(순자산)이 3억원(2억9490만원)이 안 되는 점을 염두에 두면, 전세 아파트는 어쩌면 서민들의 보금자리 형태라 보기에는 어려울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드네요. 같은 맥락에서 아파트 전세를 고민하는 분들은 그나마 여유가 있는 쪽에 속한다고 할 수 있어요. ‘전세 난민’은 소득 수준이 높고 수도권에 사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는 거죠.

하긴 비교적 저렴한 빌라 등 연립주택 전셋값도 많이 뛰었어요. 2년 전보다 11%(서울 기준) 올랐죠. 이 역시 물가나 가계 소득, 집값보다 높은 오름폭이죠. 연립주택 중위 전셋값은 같은 기간 1억3300만원에서 1억5300만원으로 2000만원 올랐어요. 전세 아파트는 엄두도 내기 힘든 서민층 역시 1억5000만원은 줘야 그나마 서울에서 중간쯤 되는 빌라 전세에 살 수 있다는 거지요. 내 집은커녕 셋집 구하기도 어렵다는 푸념이 나올 수밖에 없겠죠? 적어도 서울에서는요.

왜 올랐나1- 집값이 덜 올라서

전세는 다른 나라에서는 찾기 어려운 보금자리 제도이어요. 다른 나라에선 매달 집세를 내는 월세나 주마다 집주인에게 돈을 주는 주세 등이 일반적이래요. 전세 제도가 우리나라에만 있는 것은 남다른 이유가 있겠죠?

전세는 집에 투자해 돈을 벌려는 사람들에게 매우 유용한 제도예요. 집 살 돈이 부족한 사람들은 전세를 놓아 집을 사고, 그 뒤 집값이 오르면 그만큼 돈을 벌 수 있어요. 남의 돈(전세금)을 끌어와 적은 돈으로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거죠.

예를 들어볼까요. 1억원짜리 집이 있다고 쳐요. 호주머니엔 5000만원만 있구요. 이럴 때 전세 5000만원을 놓아 집을 사요. 전세 계약이 끝나는 2년 뒤에 집값이 2000만원 올랐다면, 5000만원만 있던 집주인의 주머니는 얼마나 불어났을까요? 그렇죠. 2년 만에 가만히 앉아서 2000만원을 번 거예요. 집값은 20% 올랐는데 투자 수익률은 그 갑절인 무려 40%나 되어요. 2000년대 집값이 마구 오를 때 이렇게 돈을 번 사람, 참 많았어요. 전세가 어떤 사람들에겐 황금알을 낳는 거위인 셈이었죠. 눈치가 빠른 사람들은 여러 채 집을 전세 끼고 사고팔며 주머니를 불렸어요.

이런 시기엔 전세를 놓으려는 사람이 늘어나니 전셋값은 아무래도 덜 오르게 되죠. 또 집주인도 전세금으로 돈 벌기보다 집값이 올라 돈을 벌려고 기대하기 때문에 굳이 전셋값을 올리려고도 하지 않았죠. 바꿔 말하면 집값이 덜 오르거나 내릴 것이라는 전망이 짙어질수록 전세를 놓으려는 사람은 줄어들게 되고, 전셋값은 오르게 되어요.

지금이 딱 그런 상황이에요. 집값이 오르긴 오르지만 그 오름폭은 크지 않아요. 심지어는 집값이 꼭지에 이르렀다는 말을 하는 사람도 많지요. 집값이 안 오르면 전셋집은 줄어들어 그 가격은 오르게 돼요.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던 2000년대에는 전셋집 구하기 어렵다는 이야기가 적었던 것도 같은 맥락이지요.

왜 올랐나2- 이자가 싸서

두번째는 투자 환경이 달라졌어요. ‘저금리 시대’란 말 들어봤을 거예요. 이자가 싸다는 뜻이에요. 가령 10년 전에는 1000만원을 은행에 맡겼다면 1년에 100만원 정도 이자를 받을 수 있었어요. 그런데 요즘에는 30만원도 받기 힘들어요. 이자가 싸면 돈을 빌리기는 쉽지만 돈을 맡겨도 돌아오는 이익이 얼마 되지 않지요.

전셋값이 오르는 이유도 이와 밀접한 관련이 있어요. 요즘 들어 전세를 월세로 바꾸는 집주인이 부쩍 늘고 있어요. 목돈인 전세금을 받아 은행에 맡겨봤자 이자를 얼마 받지 못하니 차라리 월세를 놓자는 거죠. 월세는 은행 이자보다 4~5배 이상 비싸서 집주인에겐 월세가 전세보다 더 남는 장사가 됐어요.

실제 월셋집은 빠르게 늘고 있어요. 거꾸로 전셋집은 크게 줄고 있죠. 부동산 정책을 맡고 있는 국토교통부 집계 자료에서 이런 현상은 숫자로 확인돼요. 올해 초부터 9월까지 전월세로 거래된 전국 아파트의 월세 비중은 38.1%라고 해요. 전월세로 거래된 집 100채 중 38채는 월세, 나머지 62채는 전세라는 거죠. 이 비중은 불과 2011년만 해도 25.1%였어요. 4년 만에 월셋집은 13채 늘고, 전셋집은 같은 수만큼 줄어든 거죠.

월셋집의 빠른 증가는 서울이 더 두드러져요. 같은 기간 서울의 월세 비중은 18.0%에서 34.0%로 거의 갑절 뛰었죠. 이 통계는 월세 세입자가 동주민센터에 신고한 것만 담고 있으니 실제 월세 비중은 이보다 더 높을 거예요. 이 정도면 전셋집이 빛의 속도로 사라지고 있다고 해도 심한 말은 아니겠죠?

월세를 낮춰야 해요

치솟는 전셋값을 잡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앞에서 전셋값이 뛰는 이유를 두가지로 들었어요. 덜 오르는 집값과 싼 이자라고 꼽았지요. 그렇다면 집값이나 이자를 올리는 게 전셋값을 잡는 한 방편이 될까요?

이 방법은 두가지 점에서 문제가 있어요. 실현가능성이 작고 자칫 위험할 수도 있다는 거예요. 섣불리 꺼낼 카드가 아니라는 거죠. 일단 집값이 덜 오르는 건 누군가가 집값 상승을 제한해서가 아니에요. 몇 가지 배경이 있어요. 당장 사람이 앞으로 줄어든다고 해요. 수년째 아이를 적게 낳아서 빚어진 현상이죠. 인구 감소는 집 사려는 사람도 줄어들 여지가 커졌다는 의미예요. 게다가 집 살 여력이 되는 사람도 그리 많지 않아요. 벌어놓은 돈보다 집값이 너무 비싼 탓도 있고, 이미 빚을 낸 가구가 많아서이기도 해요. 이처럼 집을 사려는 수요가 적으니 집값이 크게 오르기 어려운 거예요. 무엇보다 경제 성장 속도 자체가 느려져 나 홀로 집값 상승은 기대하기 어렵죠.

이자를 올리는 것은 위험한 일에 가깝죠. 이자는 집값이나 전셋값 등 부동산 시장에만 영향을 주는 게 아니라 기업 활동이나 금융시장 등 경제 전반에 넓게 영향을 미쳐요. 전셋값 잡겠다고 이자를 올렸다간 우리 경제 전체가 타격을 받을 수 있어요. 당장 빚을 많이 낸 기업이나 가정이 휘청거리지 않겠어요?

전문가들 중에는 전셋값을 잡기 위해선 월셋집 대책이 더 강화돼야 한다고 말해요. 전셋값 잡으라는데 월셋집 대책이라니 엉뚱해 보이죠? 하지만 조금 깊게 생각해보면 이런 생각이 틀리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어차피 집값은 앞으로 크게 오를 가능성은 작아요. 전셋집은 집값이 많이 오를 때 늘어난다고 했잖아요. 결국 길게 보면 집값이 덜 오르니 전셋집은 점차 줄어들고 나중엔 사라질 여지가 커요.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두면 전세 대책을 마련할 게 아니라 월세를 낮춰 서민들의 주거 부담을 덜어주는 게 더 합리적일 거예요. 또 월세가 떨어지면 전세를 월세로 돌리려는 집주인의 발걸음도 지금보다는 느려질 거예요. 세를 들어야 하는 쪽도 월세 부담이 크지 않다면 굳이 전셋집을 찾으려 하지는 않겠죠.

그렇다면 월세 부담을 떨어뜨리는 방법은 뭘까요? 정부가 값싸고 질 좋은 월셋집을 많이 짓는 게 한 방편일 수 있어요. 정부가 좀 손해를 보더라도 월세를 적게 받는 방식으로 전반적인 월셋값을 떨어뜨리는 거지요. 정부가 지은 월셋집보다 더 비싼 값에 월세를 놓는다면 아마도 그 집에 들어가려는 세입자는 없지 않겠어요?

김경락 경제부 기자 sp9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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