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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단체

» 한국여성노동자회,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민우회 회원과 어린 자녀를 둔 여성들이 29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믿고 맡길 수 있는 어린이집, 정말 불가능한가'를 주제로 한 긴급토론 및 기자회견에 참석해 손피켓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인천 어린이집에서 일어난 아동 학대 사건을 계기로 정부의 보육 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정부는 아동 학대 근절 대책으로 폐쇄회로텔레비전(CCTV) 설치 의무화, 아동 학대에 대한 처벌 강화, 보육교사 자격 강화 및 근로 여건 개선 등을 내놓았지만, 국민들의 불안감은 쉽사리 사라지지 않고 있다. 정부가 보육의 공공성을 살리고 교사와 부모간의 신뢰를 구축할 수 있는 보다 근본적인 방안들을 내놓지 않고 있어서다.
이런 가운데 29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여성노동자회, 한국여성단체연합체 세 여성 단체가 보육 정책 관련 긴급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 주제는 ‘믿고 맡길 수 있는 어린이집, 정말 불가능한가?’였다. 토론회에서는 실제로 아이를 키우고 있는 학부모 4명이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정부 대책의 문제점과 개선 방향에 대한 의견을 제시했다. 여성 단체들은 이날 토론회를 통해 보육 정책 관련 대안을 제시하고, 최근 아동 학대 사건 관련 언론의 보도에 대한 문제점들도 함께 다뤘다.
■ 학부모들, 보육의 사회적 책임 촉구
토론회 참석자들은 모두 정부의 아동 학대 대책이 미봉책이라고 비판하면서 정부가 보육의 공적 시스템을 구축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할 것을 촉구했다.
7살, 10살 아이를 키우고 있는 학부모 김영진(37)씨는 ‘하늘의 별따기’인 국공립 어린이집 입소 문제를 짚었다. 김씨는 첫째 아이를 출산한 뒤 일을 다시 할 생각으로 공립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내려 했지만 대기자만 100명이었다. 민간 어린이집의 시설은 너무 열악하고 신뢰가 가지 않았다. 김씨는 결국 직접 아이를 양육하기로 선택했다. 김씨는 두 아이를 키우면서 ‘내가 둘이었으면 좋겠다’ ‘나 혼자 너무 힘들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하소연했다. 자신이 아파도 두 아이를 대신해서 돌봐줄 사람이 없었고, 사회 생활을 못하니 사고의 폭이 좁아졌다는 생각에 대인 기피증까지 생겼다. 김씨는 “아이가 4살 때 평이 좋은 민간 어린이집을 수소문해 겨우 아이를 맡겼지만 교사 1명이 아이 9명을 돌봤다”며 “4살 아이는 눈깜짝할 사이에 넘어지고 다치는데 그런 아이들을 교사 1명이 9명씩이나 돌보는 것은 무모한 처사”라고 꼬집었다. 김씨는 전업 주부든 직장맘이든 누구나 필요할 때 보육 시설에 아이를 맡길 수 있는 보육 시스템을 정부가 갖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간 어린이집은 개인이 투자한 만큼 이윤을 따질 수 밖에 없으니 더 신뢰할 수 있는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현재 국공립 어린이집은 전체 어린이집의 5.3%에 불과하다.
임신 7개월째인 임신부 지은(31)씨는 출산을 앞두고 아동 학대 사건 뉴스를 보면서 걱정과 두려움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그는 임신과 동시에 믿고 맡길 수 있는 어린이집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에 인터넷 정보를 뒤지고 지역 까페를 열심히 드나들었다. 지씨는 “집 주변 어린이집 20곳 가운데 믿을만 한 곳을 고르기 위해 어린이집 인증점수 알려주는 사이트 가봤더니 대개 90점 이상었다”며 “부모들은 인터넷 카페에서 각자의 방법으로 위태위태하게 어린이집을 고르고 있다”고 말했다. 지씨는 어린이집 20곳 가운데 학부모들이 추천하는 곳은 3~4군데였고, 퇴근이 늦어질 경우를 감안해 맡길 수 있는 연장 어린이집은 단 1군데에 불과했다고 전했다. 그는 “아동 학대 사건은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고, 이런 사건이 일어날 때 정부는 땜질식 약속들만 남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5살 아들을 키우고 있는 아빠이자 매체 비평지 기자인 김완씨는 정부가 보육 문제를 보육료 지원 등 재원 배분 문제로 접근하는 것이 문제라고 짚었다. 재원 배분의 우선 순위를 따지다 보면, 전업 주부와 직장맘 간의 갈등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김씨는‘보육이 사회적인 것이냐 아니냐’로 쟁점이 전환되어야 할 필요성에 대해 언급했다. 김씨는 “한 아이가 태어나면 그 아이가 사회 속에서 잘 자랄 수 있는 시스템을 국가가 갖춰야 한다”며 이미 선진국에서 보편적으로 양육 지원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보육 서비스는 당연한 행정 서비스가 되어야 하며, 보육 시설 사회화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6살 아들을 둔 직장맘 이정해(35)씨는 일과 가정을 양립하기가 얼마나 힘든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출산한 지 6개월만에 복직해야 했던 이씨는 어린이집 대기자가 너무 많아 결국 시댁 근처로 이사를 가 아이를 맡겼다. 아이가 18개월 될 무렵부터는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낼 수 있게 됐지만 출퇴근 시간마다 난감함을 느끼고 죄책감을 느껴야 했다. 불 꺼진 어린이집에 맨 처음 아이를 보내야 하는 이씨는 아이에게 항상 미안하다. 다른 아이들은 대부분 오후 5시에 하원을 하지만, 이씨 아들은 오후 7시 정도야 찾을 수 있다. 이씨는 “내 아이 혼자 남아 내 아이가 미움을 받지 않을까, 선생님이 힘들어하지는 않을까 전전긍긍한다”며 “항상 어린이집과 아이에게 미안해하면서, 직장맘은 죄인된 심정으로 살아가야 한다”고 한숨을 쉬었다. 이씨는 “부모들은 일정 부분 비용을 지불하더라도 안전하고 편하게 믿고 맡길 수 있는 보육 시설을 필요로 한다”며 “정부가 단편적인 해결책이 아닌, 지속적이고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해달라”고 요구했다.

» 한국여성노동자회,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민우회 회원과 어린 자녀를 둔 여성들이 29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믿고 맡길 수 있는 어린이집, 정말 불가능한가'를 주제로 한 긴급토론 및 기자회견에 참석해 손피켓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 갈등과 불신만 부추기는 언론, 근본적 해법 제시 부족
토론회에서는 아동 폭행 장면이 담긴 동영상을 여과 없이 보여주고 정부 대책에 무비판적인 보도를 한 언론에 대한 매서운 비판도 함께 제기됐다.
윤정주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소장은 “아이가 폭행당하는 장면을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보여주면 폭행을 당한 아동과 그 부모뿐만 아니라 국민들 또한 충격을 받는다”고 짚었다. 윤 소장은 이러한 보도로 인해 신뢰로 맺어져야 할 교사와 부모 관계에 불신만 쌓이고, 어린이집 아동 학대 근절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윤 소장은 또 언론이 검증 없이 당정 대책을 그대로 보도한 점도 문제점으로 짚었다. ‘시시티브이 의무화’ ‘보육교사 자격 요건 강화’ ‘문제 어린이집 퇴출’ 등은 어린이집 아동 학대 사건이 터질때마다 정치권에서 반복적으로 나온 대책들이다. 그렇다면 왜 이러한 대책들이 제대로 실현되지 못했는지, 또 정부 대책이 과연 실효성이 있는지에 대해 보다 심층적이고 전문적인 분석이 필요한데 그러한 보도가 부족했다는 지적이다. 그는 또 언론이 나서 전업 주부가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기는 것이 문제라는 식으로 접근한 것에 대해, 보육의 질을 담보하지 못하는 정부의 정책 실패를 언론이 나서서 방어해주었다고 비판했다.
■ 여성 단체 “보육 교사 공적 관리 시스템 도입해야”
세 여성 단체들은 이날 토론회에서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정부가 보육의 공공성은 높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문자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는 “보육이 돈벌이가 되는 순간, 공공성은 무너진다”며 “확실한 공공 보육 시스템으로 보육 시스템이 전면 개편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정부가 아동 학대를 예방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은 간과한 채 미봉책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공적 인프라 구축 없이, 관리·감독이 미흡한 보육 현실에서 재정 지원만으로 보육 서비스 질을 보장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임윤옥 한국여성노동자회 상임 대표도 “국공립어린이집에 대한 부모 선호가 높은 것은 그나마 믿고 맡길 수 있다는 신뢰가 있기 때문”이라며 “정부는 2013년 전체 어린이집 중 겨우 5.3%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국공립어린이집을 대폭 확충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 대표는 “유아를 담당하는 보육교사 비율을 높이는 것도 필요하다. 교사 1인이 한 아동에게 발생한 일을 해결하는 동안 그 외 아동들은 방치되고 있는 현실을 직시해야 할 때”라며 “아동 대 보육교사 비율을 재조정하는 것이 안전하고 질 좋은 보육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임 대표는 또 “개별 어린이집 원장이 교사 임면권을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교사가 어린이집 상황을 모니터링하거나 내부 문제를 외부에 알리는 것은 힘들다”며 “보육 교사 인력을 정부가 종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보육 교사 공적 관리 시스템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이날 토론회 사회를 맡은 김민문정 한국여성민우회 공동대표는 또 어린이집 개방과 부모·교사 협력 체계 형성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 대표는 “어떤 어린이집은 보육실 접근조차 어렵고, 어떤 어린이집은 교사와 아이의 생활 습관부터 친구 관계까지 함께 고민한다”며 “부모와 교사의 협력체계 형성을 위한 정부 당국의 실질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양선아 김규남 기자 anmadang@hani.co.kr

» 한국여성노동자회,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민우회 회원과 어린 자녀를 둔 여성들이 29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믿고 맡길 수 있는 어린이집, 정말 불가능한가'를 주제로 한 긴급토론 및 기자회견에 참석해 손피켓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인천 어린이집에서 일어난 아동 학대 사건을 계기로 정부의 보육 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정부는 아동 학대 근절 대책으로 폐쇄회로텔레비전(CCTV) 설치 의무화, 아동 학대에 대한 처벌 강화, 보육교사 자격 강화 및 근로 여건 개선 등을 내놓았지만, 국민들의 불안감은 쉽사리 사라지지 않고 있다. 정부가 보육의 공공성을 살리고 교사와 부모간의 신뢰를 구축할 수 있는 보다 근본적인 방안들을 내놓지 않고 있어서다.
이런 가운데 29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여성노동자회, 한국여성단체연합체 세 여성 단체가 보육 정책 관련 긴급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 주제는 ‘믿고 맡길 수 있는 어린이집, 정말 불가능한가?’였다. 토론회에서는 실제로 아이를 키우고 있는 학부모 4명이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정부 대책의 문제점과 개선 방향에 대한 의견을 제시했다. 여성 단체들은 이날 토론회를 통해 보육 정책 관련 대안을 제시하고, 최근 아동 학대 사건 관련 언론의 보도에 대한 문제점들도 함께 다뤘다.
■ 학부모들, 보육의 사회적 책임 촉구
토론회 참석자들은 모두 정부의 아동 학대 대책이 미봉책이라고 비판하면서 정부가 보육의 공적 시스템을 구축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할 것을 촉구했다.
7살, 10살 아이를 키우고 있는 학부모 김영진(37)씨는 ‘하늘의 별따기’인 국공립 어린이집 입소 문제를 짚었다. 김씨는 첫째 아이를 출산한 뒤 일을 다시 할 생각으로 공립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내려 했지만 대기자만 100명이었다. 민간 어린이집의 시설은 너무 열악하고 신뢰가 가지 않았다. 김씨는 결국 직접 아이를 양육하기로 선택했다. 김씨는 두 아이를 키우면서 ‘내가 둘이었으면 좋겠다’ ‘나 혼자 너무 힘들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하소연했다. 자신이 아파도 두 아이를 대신해서 돌봐줄 사람이 없었고, 사회 생활을 못하니 사고의 폭이 좁아졌다는 생각에 대인 기피증까지 생겼다. 김씨는 “아이가 4살 때 평이 좋은 민간 어린이집을 수소문해 겨우 아이를 맡겼지만 교사 1명이 아이 9명을 돌봤다”며 “4살 아이는 눈깜짝할 사이에 넘어지고 다치는데 그런 아이들을 교사 1명이 9명씩이나 돌보는 것은 무모한 처사”라고 꼬집었다. 김씨는 전업 주부든 직장맘이든 누구나 필요할 때 보육 시설에 아이를 맡길 수 있는 보육 시스템을 정부가 갖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간 어린이집은 개인이 투자한 만큼 이윤을 따질 수 밖에 없으니 더 신뢰할 수 있는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현재 국공립 어린이집은 전체 어린이집의 5.3%에 불과하다.
임신 7개월째인 임신부 지은(31)씨는 출산을 앞두고 아동 학대 사건 뉴스를 보면서 걱정과 두려움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그는 임신과 동시에 믿고 맡길 수 있는 어린이집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에 인터넷 정보를 뒤지고 지역 까페를 열심히 드나들었다. 지씨는 “집 주변 어린이집 20곳 가운데 믿을만 한 곳을 고르기 위해 어린이집 인증점수 알려주는 사이트 가봤더니 대개 90점 이상었다”며 “부모들은 인터넷 카페에서 각자의 방법으로 위태위태하게 어린이집을 고르고 있다”고 말했다. 지씨는 어린이집 20곳 가운데 학부모들이 추천하는 곳은 3~4군데였고, 퇴근이 늦어질 경우를 감안해 맡길 수 있는 연장 어린이집은 단 1군데에 불과했다고 전했다. 그는 “아동 학대 사건은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고, 이런 사건이 일어날 때 정부는 땜질식 약속들만 남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5살 아들을 키우고 있는 아빠이자 매체 비평지 기자인 김완씨는 정부가 보육 문제를 보육료 지원 등 재원 배분 문제로 접근하는 것이 문제라고 짚었다. 재원 배분의 우선 순위를 따지다 보면, 전업 주부와 직장맘 간의 갈등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김씨는‘보육이 사회적인 것이냐 아니냐’로 쟁점이 전환되어야 할 필요성에 대해 언급했다. 김씨는 “한 아이가 태어나면 그 아이가 사회 속에서 잘 자랄 수 있는 시스템을 국가가 갖춰야 한다”며 이미 선진국에서 보편적으로 양육 지원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보육 서비스는 당연한 행정 서비스가 되어야 하며, 보육 시설 사회화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6살 아들을 둔 직장맘 이정해(35)씨는 일과 가정을 양립하기가 얼마나 힘든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출산한 지 6개월만에 복직해야 했던 이씨는 어린이집 대기자가 너무 많아 결국 시댁 근처로 이사를 가 아이를 맡겼다. 아이가 18개월 될 무렵부터는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낼 수 있게 됐지만 출퇴근 시간마다 난감함을 느끼고 죄책감을 느껴야 했다. 불 꺼진 어린이집에 맨 처음 아이를 보내야 하는 이씨는 아이에게 항상 미안하다. 다른 아이들은 대부분 오후 5시에 하원을 하지만, 이씨 아들은 오후 7시 정도야 찾을 수 있다. 이씨는 “내 아이 혼자 남아 내 아이가 미움을 받지 않을까, 선생님이 힘들어하지는 않을까 전전긍긍한다”며 “항상 어린이집과 아이에게 미안해하면서, 직장맘은 죄인된 심정으로 살아가야 한다”고 한숨을 쉬었다. 이씨는 “부모들은 일정 부분 비용을 지불하더라도 안전하고 편하게 믿고 맡길 수 있는 보육 시설을 필요로 한다”며 “정부가 단편적인 해결책이 아닌, 지속적이고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해달라”고 요구했다.

» 한국여성노동자회,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민우회 회원과 어린 자녀를 둔 여성들이 29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믿고 맡길 수 있는 어린이집, 정말 불가능한가'를 주제로 한 긴급토론 및 기자회견에 참석해 손피켓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 갈등과 불신만 부추기는 언론, 근본적 해법 제시 부족
토론회에서는 아동 폭행 장면이 담긴 동영상을 여과 없이 보여주고 정부 대책에 무비판적인 보도를 한 언론에 대한 매서운 비판도 함께 제기됐다.
윤정주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소장은 “아이가 폭행당하는 장면을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보여주면 폭행을 당한 아동과 그 부모뿐만 아니라 국민들 또한 충격을 받는다”고 짚었다. 윤 소장은 이러한 보도로 인해 신뢰로 맺어져야 할 교사와 부모 관계에 불신만 쌓이고, 어린이집 아동 학대 근절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윤 소장은 또 언론이 검증 없이 당정 대책을 그대로 보도한 점도 문제점으로 짚었다. ‘시시티브이 의무화’ ‘보육교사 자격 요건 강화’ ‘문제 어린이집 퇴출’ 등은 어린이집 아동 학대 사건이 터질때마다 정치권에서 반복적으로 나온 대책들이다. 그렇다면 왜 이러한 대책들이 제대로 실현되지 못했는지, 또 정부 대책이 과연 실효성이 있는지에 대해 보다 심층적이고 전문적인 분석이 필요한데 그러한 보도가 부족했다는 지적이다. 그는 또 언론이 나서 전업 주부가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기는 것이 문제라는 식으로 접근한 것에 대해, 보육의 질을 담보하지 못하는 정부의 정책 실패를 언론이 나서서 방어해주었다고 비판했다.
■ 여성 단체 “보육 교사 공적 관리 시스템 도입해야”
세 여성 단체들은 이날 토론회에서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정부가 보육의 공공성은 높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문자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는 “보육이 돈벌이가 되는 순간, 공공성은 무너진다”며 “확실한 공공 보육 시스템으로 보육 시스템이 전면 개편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정부가 아동 학대를 예방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은 간과한 채 미봉책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공적 인프라 구축 없이, 관리·감독이 미흡한 보육 현실에서 재정 지원만으로 보육 서비스 질을 보장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임윤옥 한국여성노동자회 상임 대표도 “국공립어린이집에 대한 부모 선호가 높은 것은 그나마 믿고 맡길 수 있다는 신뢰가 있기 때문”이라며 “정부는 2013년 전체 어린이집 중 겨우 5.3%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국공립어린이집을 대폭 확충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 대표는 “유아를 담당하는 보육교사 비율을 높이는 것도 필요하다. 교사 1인이 한 아동에게 발생한 일을 해결하는 동안 그 외 아동들은 방치되고 있는 현실을 직시해야 할 때”라며 “아동 대 보육교사 비율을 재조정하는 것이 안전하고 질 좋은 보육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임 대표는 또 “개별 어린이집 원장이 교사 임면권을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교사가 어린이집 상황을 모니터링하거나 내부 문제를 외부에 알리는 것은 힘들다”며 “보육 교사 인력을 정부가 종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보육 교사 공적 관리 시스템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이날 토론회 사회를 맡은 김민문정 한국여성민우회 공동대표는 또 어린이집 개방과 부모·교사 협력 체계 형성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 대표는 “어떤 어린이집은 보육실 접근조차 어렵고, 어떤 어린이집은 교사와 아이의 생활 습관부터 친구 관계까지 함께 고민한다”며 “부모와 교사의 협력체계 형성을 위한 정부 당국의 실질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양선아 김규남 기자 anmad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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