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위치:»뉴스»콘텐츠

엄마의 틀 깨고 '웃음 육아' 마법

» 전투육아블로그를 만든 서현정씨가 아이를 키우면서 겪는 일들을 소재로 엄마탐구영역이라는 문제지를 만들었다. 엄마들은 이 문제지를 풀며 함께 웃고 공감했다. ‘전투육아’ 출간한 서현정씨 

육아 신성시하는 사회에 반기

산후 우울감 웃음과 유머로 날려

애키우기 지친 엄마들 큰 공감속

블로그에 일평균 2만여명 방문

“차는 어린이집 보내고 마셔야 꿀맛이죠.”

‘전투육아블로그’를 운영하는 서현정(34)씨가 만든 이 구절은 많은 엄마들에게 해방감과 통쾌함을 안겨줬다. 커피숍에 앉아 있는 여성들에게 “집에서 애나 보지 카페에 앉아 콧바람이나 쐬고 있다”고 손가락질하는 사람들에게 ‘당신들이 모르는 육아 세계가 있다’는 듯 던진 이 한마디는 많은 엄마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이뿐만이 아니다. 도통 자기만의 시간이라고는 확보하기 힘든 엄마들에게 서씨는 “장도 혼자 보면 나만의 자유시간”이라는 관점의 변화를 시도한다. 또 부엌에서 쓰는 집게를 아이 손에 쥐여주고 ‘소근육 발달에 좋은 놀이 도구’라고 접근한다. 5살, 3살 두 아이를 키우는 엄마인 서씨의 재치 가득한 글들은 많은 엄마들에게 웃음이라는 마법을 제공했다. 엄마들은 서씨가 올린 유머 글에 댓글을 쓰며 낄낄댔고, 서씨의 ‘육아의 재발견’에 감탄사를 쏟아냈다. 그의 블로그를 찾는 사람들만 하루 평균 2만여명이며, 카카오스토리 페이지에서 그가 올린 글을 받아보는 사람들이 6만7천여명에 달한다.

대학에서 시각 디자인을 전공한 그는 아이를 낳기 전 집 근처에서 작은 미술 학원을 운영했다. 그 이전에는 일반 회사에서 웹 디자인 일을 했지만, 야근이 많은 회사 생활을 결혼 뒤 계속하기 힘들 것이라는 생각에 학원 운영을 선택했다. 그러나 막상 첫아이를 낳아보니 아이를 보살피며 학원을 운영하는 건 ‘그림의 떡’이었다. 결국 그는 전업주부가 됐고, 한동안 산후 우울감에 시달렸다.

“지금 생각하면 큰아이는 잠도 잘 자고 밥도 잘 먹고 정말 순한 아이였어요. 그런데 그때는 검은 봉지가 바람에 날려 날아가는 것만 봐도 ‘아 저 하찮은 봉지마저 나보다 자유롭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아이를 낳기 전 자유롭게 지내다, 내 모든 것을 아이한테 맞춰 살아야 하는 것이 힘들었어요. 하루 종일 아이랑 단둘이 있는데, 괜히 눈물이 펑펑 쏟아지더라고요.”

아이를 낳기 전, 그는 주변 사람들에게 엔돌핀 제공자였다. 학창 시절부터 “옆반 걔 정말 특이하고 재밌더라”라는 얘기도 많이 들었다. 유명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진행했던 ‘개그 콘테스트’ 이벤트에서 짧은 유머 글들을 올려 가장 많은 추천수를 받아 상품을 받기도 했다. 어렸을 때 도서 대여점을 운영하며 재밌는 만화책과 무협지를 딸에게 가져다주고 힘들게 생계를 이어가면서도 최불암 시리즈와 같은 이야기를 해주던 친정엄마의 유머 디엔에이(DNA) 덕분이다.

그는 즐거움 그 자체였던 자신의 과거 모습을 다시 찾고 싶었다. 당장이라도 문 밖으로 뛰쳐나가고 싶은 그는 세상을 향한 문을 활짝 열겠다는 심정으로 인터넷상에 블로그를 열었다. 잠자는 시간을 줄이고, 아이가 낮잠 자는 시간에 스마트폰으로 일상에서 벌어진 것을 소재로 디자인 작업을 했다. 엄마들만 경험하는 일들을 소재로 ‘엄마수학능력시험 문제지’를 만들어 엄마들에게 문제를 풀고 웃게 만들었다. 육아와 관련 없는 것들을 육아에 융합시켜 고정관념을 깨보는 시도를 했다.

사람들이 점점 블로그로 모여들었다. 그가 누리꾼들과 함께 웃고 공감하자 우울감은 사라졌다. 그는 예전처럼 ‘즐거운 나’를 되찾았고, 아이를 낳아 키우면서 늘어만 갔던 불안과 두려움, 상실감도 줄어들었다.

“우리 사회에서는 육아를 너무 신성시하는 것 같아요. 왜 엄마는 낄낄대며 웃으면 안 되죠? 왜 여자들은 아이를 낳으면 엄마 역할만 해야 하나요? 아이를 낳기 전 클럽에 가서 춤추기 좋아했던 여자는 아이를 낳고도 여전히 춤추는 것을 좋아해요. 그런데 우리 사회는 엄마는 그래서는 안 된다고 하죠. 엄마가 됐다고 ‘예전의 내 모습’을 잃어버릴 필요는 없잖아요. 저는 원래 제 모습을 잃지 않고 살고 싶어요.”

교육, 육아, 살림 모든 것이 여전히 엄마가 중심이 되어야 하는 사회다. 사회는 정해진 엄마 상을 그려놓고 엄마들에게 희생을 강요하고, 엄마들은 사회가 원하는 엄마상에 맞추려다 우울감에 시달린다. 육아 블로그나 육아 카페에는 꾸며진 일상이 마치 전부인 양 올라오고, 내 아이를 다른 아이보다 더 똑똑하고 더 잘 키우고 싶다는 욕망이 내포된 글들이 차고 넘친다. 그는 좀더 솔직한 일상을 올렸고, 일상에서 재미를 잃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많은 엄마들이 그의 글에 열광한 이유다.

유명한 블로거가 되니 상업적으로 접근하는 사람들도 늘었다. 서씨가 돈을 많이 벌 것이라고 착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물건을 팔거나 홍보를 하려는 사람들의 부탁을 대부분 거절했다. 그래야 자기가 원래 하고 싶었던 즐거움을 유지할 수 있고, 자유롭게 창작의 열정을 불태울 수 있을 것이란 생각 때문이다. 대신 최근 블로그에 올린 글들을 재가공해 라는 책을 냈다. 작가가 되는 것이 꿈이었던 친정엄마의 소원을 자신이 대신 이뤄 뿌듯하다. 친정엄마를 가장 존경한다는 그는 어떤 엄마가 되고 싶냐는 물음에 이런 대답을 내놨다.

“딱 친정엄마처럼만 살았으면 좋겠어요. 돈은 많지 않지만 항상 마음의 여유를 잃지 않고 재밌게 사시거든요. 그렇게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즐겁게 하면서 열심히 사는 모습을 저도 아이들한테 보여주고 싶어요.”

글·사진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 전투육아블로그를 만든 서현정씨가 아이를 키우면서 겪는 일들을 소재로 엄마탐구영역이라는 문제지를 만들었다. 엄마들은 이 문제지를 풀며 함께 웃고 공감했다. ‘전투육아’ 출간한 서현정씨 

육아 신성시하는 사회에 반기

산후 우울감 웃음과 유머로 날려

애키우기 지친 엄마들 큰 공감속

블로그에 일평균 2만여명 방문

“차는 어린이집 보내고 마셔야 꿀맛이죠.”

‘전투육아블로그’를 운영하는 서현정(34)씨가 만든 이 구절은 많은 엄마들에게 해방감과 통쾌함을 안겨줬다. 커피숍에 앉아 있는 여성들에게 “집에서 애나 보지 카페에 앉아 콧바람이나 쐬고 있다”고 손가락질하는 사람들에게 ‘당신들이 모르는 육아 세계가 있다’는 듯 던진 이 한마디는 많은 엄마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이뿐만이 아니다. 도통 자기만의 시간이라고는 확보하기 힘든 엄마들에게 서씨는 “장도 혼자 보면 나만의 자유시간”이라는 관점의 변화를 시도한다. 또 부엌에서 쓰는 집게를 아이 손에 쥐여주고 ‘소근육 발달에 좋은 놀이 도구’라고 접근한다. 5살, 3살 두 아이를 키우는 엄마인 서씨의 재치 가득한 글들은 많은 엄마들에게 웃음이라는 마법을 제공했다. 엄마들은 서씨가 올린 유머 글에 댓글을 쓰며 낄낄댔고, 서씨의 ‘육아의 재발견’에 감탄사를 쏟아냈다. 그의 블로그를 찾는 사람들만 하루 평균 2만여명이며, 카카오스토리 페이지에서 그가 올린 글을 받아보는 사람들이 6만7천여명에 달한다.

대학에서 시각 디자인을 전공한 그는 아이를 낳기 전 집 근처에서 작은 미술 학원을 운영했다. 그 이전에는 일반 회사에서 웹 디자인 일을 했지만, 야근이 많은 회사 생활을 결혼 뒤 계속하기 힘들 것이라는 생각에 학원 운영을 선택했다. 그러나 막상 첫아이를 낳아보니 아이를 보살피며 학원을 운영하는 건 ‘그림의 떡’이었다. 결국 그는 전업주부가 됐고, 한동안 산후 우울감에 시달렸다.

“지금 생각하면 큰아이는 잠도 잘 자고 밥도 잘 먹고 정말 순한 아이였어요. 그런데 그때는 검은 봉지가 바람에 날려 날아가는 것만 봐도 ‘아 저 하찮은 봉지마저 나보다 자유롭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아이를 낳기 전 자유롭게 지내다, 내 모든 것을 아이한테 맞춰 살아야 하는 것이 힘들었어요. 하루 종일 아이랑 단둘이 있는데, 괜히 눈물이 펑펑 쏟아지더라고요.”

아이를 낳기 전, 그는 주변 사람들에게 엔돌핀 제공자였다. 학창 시절부터 “옆반 걔 정말 특이하고 재밌더라”라는 얘기도 많이 들었다. 유명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진행했던 ‘개그 콘테스트’ 이벤트에서 짧은 유머 글들을 올려 가장 많은 추천수를 받아 상품을 받기도 했다. 어렸을 때 도서 대여점을 운영하며 재밌는 만화책과 무협지를 딸에게 가져다주고 힘들게 생계를 이어가면서도 최불암 시리즈와 같은 이야기를 해주던 친정엄마의 유머 디엔에이(DNA) 덕분이다.

그는 즐거움 그 자체였던 자신의 과거 모습을 다시 찾고 싶었다. 당장이라도 문 밖으로 뛰쳐나가고 싶은 그는 세상을 향한 문을 활짝 열겠다는 심정으로 인터넷상에 블로그를 열었다. 잠자는 시간을 줄이고, 아이가 낮잠 자는 시간에 스마트폰으로 일상에서 벌어진 것을 소재로 디자인 작업을 했다. 엄마들만 경험하는 일들을 소재로 ‘엄마수학능력시험 문제지’를 만들어 엄마들에게 문제를 풀고 웃게 만들었다. 육아와 관련 없는 것들을 육아에 융합시켜 고정관념을 깨보는 시도를 했다.

사람들이 점점 블로그로 모여들었다. 그가 누리꾼들과 함께 웃고 공감하자 우울감은 사라졌다. 그는 예전처럼 ‘즐거운 나’를 되찾았고, 아이를 낳아 키우면서 늘어만 갔던 불안과 두려움, 상실감도 줄어들었다.

“우리 사회에서는 육아를 너무 신성시하는 것 같아요. 왜 엄마는 낄낄대며 웃으면 안 되죠? 왜 여자들은 아이를 낳으면 엄마 역할만 해야 하나요? 아이를 낳기 전 클럽에 가서 춤추기 좋아했던 여자는 아이를 낳고도 여전히 춤추는 것을 좋아해요. 그런데 우리 사회는 엄마는 그래서는 안 된다고 하죠. 엄마가 됐다고 ‘예전의 내 모습’을 잃어버릴 필요는 없잖아요. 저는 원래 제 모습을 잃지 않고 살고 싶어요.”

교육, 육아, 살림 모든 것이 여전히 엄마가 중심이 되어야 하는 사회다. 사회는 정해진 엄마 상을 그려놓고 엄마들에게 희생을 강요하고, 엄마들은 사회가 원하는 엄마상에 맞추려다 우울감에 시달린다. 육아 블로그나 육아 카페에는 꾸며진 일상이 마치 전부인 양 올라오고, 내 아이를 다른 아이보다 더 똑똑하고 더 잘 키우고 싶다는 욕망이 내포된 글들이 차고 넘친다. 그는 좀더 솔직한 일상을 올렸고, 일상에서 재미를 잃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많은 엄마들이 그의 글에 열광한 이유다.

유명한 블로거가 되니 상업적으로 접근하는 사람들도 늘었다. 서씨가 돈을 많이 벌 것이라고 착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물건을 팔거나 홍보를 하려는 사람들의 부탁을 대부분 거절했다. 그래야 자기가 원래 하고 싶었던 즐거움을 유지할 수 있고, 자유롭게 창작의 열정을 불태울 수 있을 것이란 생각 때문이다. 대신 최근 블로그에 올린 글들을 재가공해 라는 책을 냈다. 작가가 되는 것이 꿈이었던 친정엄마의 소원을 자신이 대신 이뤄 뿌듯하다. 친정엄마를 가장 존경한다는 그는 어떤 엄마가 되고 싶냐는 물음에 이런 대답을 내놨다.

“딱 친정엄마처럼만 살았으면 좋겠어요. 돈은 많지 않지만 항상 마음의 여유를 잃지 않고 재밌게 사시거든요. 그렇게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즐겁게 하면서 열심히 사는 모습을 저도 아이들한테 보여주고 싶어요.”

글·사진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Next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