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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휴직은 인력손실’ 시각 곤란…여성 배려가 기업 생존전략이죠”

» 지난 1일 서울 영등포구 롯데인재개발원에서 전영민 소장(오른쪽)과 정세진 대리(왼쪽)가 새로 펴낸 ‘육아휴직 뒤 복직가이드북’과 워킹맘을 위해 제작한 ‘거울’을 들고 있다.

[경제와 사람] 롯데인재개발원 전영민 소장·정세진 대리

“육아휴직 뒤 복직한 여직원을 ‘아기 엄마’라고 부르면 좋아하지 않습니다. ‘개인’으로 커리어를 쌓으려 돌아왔으니까요. ‘엄마가 아닌 나도 있다’는 점에 주목해 ‘육아휴직 뒤 복직가이드’를 만들었어요.”
지난 1일 서울 영등포 롯데인재개발원에서 만난 정세진(33) 대리의 말이다. 그는 지난 2월 출산휴가·육아휴직을 마치고 1년3개월 만에 복직했다. 돌아오자마자 그에게 맡겨진 업무가 복직 가이드북 편찬이었다. 복직 가이드북을 기획한 건 전영민(47) 인재개발원 인재경영연구소장이다. 전 소장은 “2012년 9월 시행된 ‘출산휴가 뒤 자동육아휴직제도’를 이용한 직원들이 돌아올 시기에 맞춰 책을 기획했다”며 “정 대리는 내가 소장으로 재임하며 맞은 첫 ‘복직자’여서 역사적 업무를 맡겼다” 고 웃음을 지었다.


출산휴가·육아휴직 뒤 복직 돕는
복직 가이드북 ‘기다립니다’ 펴내
“그들의 1년여 휴직 생각하지 말고
50대까지 이뤄낼 성취 기대하길”


두 사람이 6개월간 공을 들인 책자 는 복직을 석 달 가량 남겨둔 육아휴직자의 집으로 배송된다. 본문만 157쪽이 넘는 두툼한 책자에는 ‘남편을 육아·가사업무로 이끄는 대화법’‘베이비시터 면접 때 필수 질문’‘아침식사·이유식 배달 서비스 업체 목록’ 등 워킹맘이 복직할 때 필요한 알짜 정보가 빼곡하게 담겨 있다. 편집에서 인쇄, 일러스트, 인쇄 작업에 이르는 책 편찬 과정 전부를 ‘워킹맘’들에게 맡겨 감수에 감수를 거친 결과다.


편찬 실무자인 정 대리가 가이드북에서 가장 공을 들인 부분은 ‘선배 복직자들의 수기’였다. “복직이 가까워지면 두렵고 외로워져요. 아이가 한창 예쁜 시기인데 ‘내가 무슨 중요한 일을 한다고 아이를 두고 나가나?’ ‘누가 나를 반겨주기나 할까?’하는 생각이 많이 들죠. 복직해 잘 적응한 사람들의 수기를 통해 ‘아이에게는 아이의 인생이 있고 나에게는 내 인생이 있다’는 사실을 감성적으로 전달하고 싶었어요.”


롯데그룹은 2012년부터 직원들이 출산휴가가 끝나는 시점에 별도의 절차 없이 1년간 육아휴직을 사용하도록 제도를 개선했다. 이후 육아휴직 사용률은 59%에서 91%로 급증했다. 이 제도를 처음 발의한 것도 전 소장이었다. 그는 “신동빈 회장의 뜻으로 2004년부터 여성 채용을 강화했다. 그때부터 늘어난 여직원들이 본격 출산할 시기가 돼 자동육아휴직제를 제안했고, 당일 회장선까지 결재가 끝나 바로 시행됐다”고 설명했다.


10년 새, 롯데의 여성 직원 수는 비약적으로 늘었다. 2005년 전체 신입사원 중 14%에 불과했던 여성 비율은 올해 36%로 늘었다. 하반기 채용 때는 40%를 목표로 하고 있다. 2004년 이후 뽑은 여직원들의 ‘간부 등용문‘인 과장급 간부 비율은 2%에서 15%로 늘었다. 이 회사는 4년째 여성 승진율이 남성과 같거나 높아야 한다는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여성 직원의 비율이 일정 이상 확보되면, 여성들의 회사 정착은 한층 쉬워진다. 정 대리는 “여직원이 많다보니 육아휴직은 ‘품앗이’라는 걸 서로 안다. 또 여성 간부가 늘어나니 내가 이 일을 계속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과장 승진을 앞두고 일을 그만둘 생각을 하는 사람은 적다”고 덧붙였다.


전 소장은 이같은 여성 ‘배려’가 “기업의 생존전략”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남성 가운데서만 사람을 뽑는 회사와, 여성·남성 전부를 활용하는 회사는 경쟁력 차이가 날 수밖에 없는데, 꾸준히 여성 등용책을 펴면 더 많은 여성 인재가 롯데에 몰리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특히 그는 육아휴직을 ‘인력 손실’로 보는 시각에 반대한다. “손실이 아니라 ‘주어진 여건’이라고 보고 그 안에서 성과를 내야한다”는 것이다. 전 소장은 “1년 여의 휴직(공백)만 생각하지 말고, 그들이 그 뒤 40~50대까지 이뤄낼 성취를 생각해보라”고 덧붙였다.

‘엄마는 아이의 첫번째 롤모델!’ 롯데 워킹맘들의 책상 위에 놓인 거울에 새겨진 문구다. 전 소장이 ‘여직원들의 책상에 반드시 놓여 있는 물건’을 찾아내라 지시해 만든 거울 위에, 정 대리가 워킹맘들의 마음을 다잡아줄 문구를 골라 새겼다. 이들은 앞으로도 워킹맘들을 회사에 ‘지독하게’ 붙잡을 계획이다.


글·사진 김효진 기자

(*한겨레 신문 2014년 9월 10일자)

» 지난 1일 서울 영등포구 롯데인재개발원에서 전영민 소장(오른쪽)과 정세진 대리(왼쪽)가 새로 펴낸 ‘육아휴직 뒤 복직가이드북’과 워킹맘을 위해 제작한 ‘거울’을 들고 있다.

[경제와 사람] 롯데인재개발원 전영민 소장·정세진 대리

“육아휴직 뒤 복직한 여직원을 ‘아기 엄마’라고 부르면 좋아하지 않습니다. ‘개인’으로 커리어를 쌓으려 돌아왔으니까요. ‘엄마가 아닌 나도 있다’는 점에 주목해 ‘육아휴직 뒤 복직가이드’를 만들었어요.”
지난 1일 서울 영등포 롯데인재개발원에서 만난 정세진(33) 대리의 말이다. 그는 지난 2월 출산휴가·육아휴직을 마치고 1년3개월 만에 복직했다. 돌아오자마자 그에게 맡겨진 업무가 복직 가이드북 편찬이었다. 복직 가이드북을 기획한 건 전영민(47) 인재개발원 인재경영연구소장이다. 전 소장은 “2012년 9월 시행된 ‘출산휴가 뒤 자동육아휴직제도’를 이용한 직원들이 돌아올 시기에 맞춰 책을 기획했다”며 “정 대리는 내가 소장으로 재임하며 맞은 첫 ‘복직자’여서 역사적 업무를 맡겼다” 고 웃음을 지었다.


출산휴가·육아휴직 뒤 복직 돕는
복직 가이드북 ‘기다립니다’ 펴내
“그들의 1년여 휴직 생각하지 말고
50대까지 이뤄낼 성취 기대하길”


두 사람이 6개월간 공을 들인 책자 는 복직을 석 달 가량 남겨둔 육아휴직자의 집으로 배송된다. 본문만 157쪽이 넘는 두툼한 책자에는 ‘남편을 육아·가사업무로 이끄는 대화법’‘베이비시터 면접 때 필수 질문’‘아침식사·이유식 배달 서비스 업체 목록’ 등 워킹맘이 복직할 때 필요한 알짜 정보가 빼곡하게 담겨 있다. 편집에서 인쇄, 일러스트, 인쇄 작업에 이르는 책 편찬 과정 전부를 ‘워킹맘’들에게 맡겨 감수에 감수를 거친 결과다.


편찬 실무자인 정 대리가 가이드북에서 가장 공을 들인 부분은 ‘선배 복직자들의 수기’였다. “복직이 가까워지면 두렵고 외로워져요. 아이가 한창 예쁜 시기인데 ‘내가 무슨 중요한 일을 한다고 아이를 두고 나가나?’ ‘누가 나를 반겨주기나 할까?’하는 생각이 많이 들죠. 복직해 잘 적응한 사람들의 수기를 통해 ‘아이에게는 아이의 인생이 있고 나에게는 내 인생이 있다’는 사실을 감성적으로 전달하고 싶었어요.”


롯데그룹은 2012년부터 직원들이 출산휴가가 끝나는 시점에 별도의 절차 없이 1년간 육아휴직을 사용하도록 제도를 개선했다. 이후 육아휴직 사용률은 59%에서 91%로 급증했다. 이 제도를 처음 발의한 것도 전 소장이었다. 그는 “신동빈 회장의 뜻으로 2004년부터 여성 채용을 강화했다. 그때부터 늘어난 여직원들이 본격 출산할 시기가 돼 자동육아휴직제를 제안했고, 당일 회장선까지 결재가 끝나 바로 시행됐다”고 설명했다.


10년 새, 롯데의 여성 직원 수는 비약적으로 늘었다. 2005년 전체 신입사원 중 14%에 불과했던 여성 비율은 올해 36%로 늘었다. 하반기 채용 때는 40%를 목표로 하고 있다. 2004년 이후 뽑은 여직원들의 ‘간부 등용문‘인 과장급 간부 비율은 2%에서 15%로 늘었다. 이 회사는 4년째 여성 승진율이 남성과 같거나 높아야 한다는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여성 직원의 비율이 일정 이상 확보되면, 여성들의 회사 정착은 한층 쉬워진다. 정 대리는 “여직원이 많다보니 육아휴직은 ‘품앗이’라는 걸 서로 안다. 또 여성 간부가 늘어나니 내가 이 일을 계속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과장 승진을 앞두고 일을 그만둘 생각을 하는 사람은 적다”고 덧붙였다.


전 소장은 이같은 여성 ‘배려’가 “기업의 생존전략”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남성 가운데서만 사람을 뽑는 회사와, 여성·남성 전부를 활용하는 회사는 경쟁력 차이가 날 수밖에 없는데, 꾸준히 여성 등용책을 펴면 더 많은 여성 인재가 롯데에 몰리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특히 그는 육아휴직을 ‘인력 손실’로 보는 시각에 반대한다. “손실이 아니라 ‘주어진 여건’이라고 보고 그 안에서 성과를 내야한다”는 것이다. 전 소장은 “1년 여의 휴직(공백)만 생각하지 말고, 그들이 그 뒤 40~50대까지 이뤄낼 성취를 생각해보라”고 덧붙였다.

‘엄마는 아이의 첫번째 롤모델!’ 롯데 워킹맘들의 책상 위에 놓인 거울에 새겨진 문구다. 전 소장이 ‘여직원들의 책상에 반드시 놓여 있는 물건’을 찾아내라 지시해 만든 거울 위에, 정 대리가 워킹맘들의 마음을 다잡아줄 문구를 골라 새겼다. 이들은 앞으로도 워킹맘들을 회사에 ‘지독하게’ 붙잡을 계획이다.


글·사진 김효진 기자

(*한겨레 신문 2014년 9월 1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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