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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천석의 내가 사랑한 그림책] 빨간양말 신은 참새들의 선물


그림 비룡소 제공

서천석의 내가 사랑한 그림책

참새의 빨간 양말
조지 셀던 글, 피터 리프먼 그림, 허미경 옮김/비룡소 펴냄(2014년)

현대 사회가 어린이의 삶에 가져온 극적인 변화는 노동의 금지다. 불과 100년 전만 해도 선진국에서도 어린이 노동은 자연스러웠다. 미국에서 어린이 노동이 금지된 것은 2차대전이 끝난 후였다. 노동하지 않아도 되는 삶은 아이들에게 분명 행운이지만 그 이면이 없는 것은 아니다. 아이들은 이제 당장은 쓸모없는 존재가 되었다. 부모에게 심리적인 만족감을 줄 수 있지만 성공 여부는 늘 아슬아슬하다. 노동을 통해 산출물을 내고 이를 통해 존재 가치를 확인하던 시절에는 복잡할 것이 없었다. 그저 어른들과 마찬가지로 자기 몫의 일을 하면 됐다. 역사의 진보는 아이들에게 시간적 여유뿐 아니라 불안도 늘려주었다.

조지 셀던이 글을 쓰고 피터 리프먼이 그림을 그린 은 옛 시절의 이야기다. 주인공 앙거스는 학교에 가지 않는다. 대신 아빠와 삼촌들이 일하는 ‘맥피 양말 공장’에서 자기 몫의 일을 한다. ‘맥피 양말 공장’은 멋진 양말을 만들어내지만 안타깝게도 상황은 점점 어려워진다. 시내 중심가의 대형 백화점으로 손님들이 몰려 더는 변두리의 양말 공장은 찾지 않기 때문이다. 아빠와 삼촌들은 아이디어를 짜내지만 살림살이는 점점 어려워진다.

아이들은 집안의 공기를 쉽게 감지한다. 가정에 어려움이 닥치면 불안정해지고, 자신도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신 때문에 상황이 나빠진 것은 아닌지 염려하고 자신이 나서서 할 일은 없을지 답답해 한다. 안타깝게도 아이들이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기에 이런 상황에서 아이들을 무력감과 불안을 경험한다. 앙거스 역시 마찬가지다. 아직 어린 앙거스에게 판로가 막힌 양말 공장을 살릴 묘수가 있을 리 없다.

하지만 앙거스에겐 참새 친구 브루스가 있다. 앙거스는 겨울을 맞아 추위에 떠는 브루스가 안타까웠다. 앙거스는 브루스를 위해 작은 털양말을 짜주었다. 어차피 공장기계는 놀고 있으니 어려울 것이 없다. 마음이 추운 앙거스이기에 브루스의 추위가 더 눈에 띄었을지 모른다. 브루스의 털양말을 본 참새 친구들은 부러워하며 앙거스를 찾아온다. 앙거스는 공장의 남은 재료를 다 써가며 참새들에게 양말을 만들어준다.

그런데 이것이 신의 한 수. 빨간 코 양말을 신고 날아다니는 참새들을 본 마을 사람들은 저 양말을 어떻게 구할 수 있을지 궁금해 한다. 그리고 맥피 양말 공장으로 몰려온다. 공장은 다시 부활하게 된다. 이 그림책은 아이들의 꿈이다. 힘든 부모를 자기 힘으로 도와 우울한 부모의 얼굴을 밝게 만들고 싶다. 내 능력을 보여주고 싶고, 행복한 부모의 모습을 보고 싶다. 이 그림책은 아이들의 이런 소망을 만족시켜 아이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한다.

서천석 소아정신과 의사

이제 곧 겨울이다. 털양말이 필요한 계절이다. 경제적인 상황만 놓고 보자면 많은 가정에서 이미 겨울은 현재진행형일지 모른다. 이 겨울이 더 추운 아이들도 분명 많을 것이다. 그 아이들에게 이 그림책이 작은 위안이 될 수 있을까? 이룰 수 없는 꿈은 슬프다지만 아이들에겐 아무래도 꿈이 더 필요하다.

서천석 소아정신과 의사


그림 비룡소 제공

서천석의 내가 사랑한 그림책

참새의 빨간 양말
조지 셀던 글, 피터 리프먼 그림, 허미경 옮김/비룡소 펴냄(2014년)

현대 사회가 어린이의 삶에 가져온 극적인 변화는 노동의 금지다. 불과 100년 전만 해도 선진국에서도 어린이 노동은 자연스러웠다. 미국에서 어린이 노동이 금지된 것은 2차대전이 끝난 후였다. 노동하지 않아도 되는 삶은 아이들에게 분명 행운이지만 그 이면이 없는 것은 아니다. 아이들은 이제 당장은 쓸모없는 존재가 되었다. 부모에게 심리적인 만족감을 줄 수 있지만 성공 여부는 늘 아슬아슬하다. 노동을 통해 산출물을 내고 이를 통해 존재 가치를 확인하던 시절에는 복잡할 것이 없었다. 그저 어른들과 마찬가지로 자기 몫의 일을 하면 됐다. 역사의 진보는 아이들에게 시간적 여유뿐 아니라 불안도 늘려주었다.

조지 셀던이 글을 쓰고 피터 리프먼이 그림을 그린 은 옛 시절의 이야기다. 주인공 앙거스는 학교에 가지 않는다. 대신 아빠와 삼촌들이 일하는 ‘맥피 양말 공장’에서 자기 몫의 일을 한다. ‘맥피 양말 공장’은 멋진 양말을 만들어내지만 안타깝게도 상황은 점점 어려워진다. 시내 중심가의 대형 백화점으로 손님들이 몰려 더는 변두리의 양말 공장은 찾지 않기 때문이다. 아빠와 삼촌들은 아이디어를 짜내지만 살림살이는 점점 어려워진다.

아이들은 집안의 공기를 쉽게 감지한다. 가정에 어려움이 닥치면 불안정해지고, 자신도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신 때문에 상황이 나빠진 것은 아닌지 염려하고 자신이 나서서 할 일은 없을지 답답해 한다. 안타깝게도 아이들이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기에 이런 상황에서 아이들을 무력감과 불안을 경험한다. 앙거스 역시 마찬가지다. 아직 어린 앙거스에게 판로가 막힌 양말 공장을 살릴 묘수가 있을 리 없다.

하지만 앙거스에겐 참새 친구 브루스가 있다. 앙거스는 겨울을 맞아 추위에 떠는 브루스가 안타까웠다. 앙거스는 브루스를 위해 작은 털양말을 짜주었다. 어차피 공장기계는 놀고 있으니 어려울 것이 없다. 마음이 추운 앙거스이기에 브루스의 추위가 더 눈에 띄었을지 모른다. 브루스의 털양말을 본 참새 친구들은 부러워하며 앙거스를 찾아온다. 앙거스는 공장의 남은 재료를 다 써가며 참새들에게 양말을 만들어준다.

그런데 이것이 신의 한 수. 빨간 코 양말을 신고 날아다니는 참새들을 본 마을 사람들은 저 양말을 어떻게 구할 수 있을지 궁금해 한다. 그리고 맥피 양말 공장으로 몰려온다. 공장은 다시 부활하게 된다. 이 그림책은 아이들의 꿈이다. 힘든 부모를 자기 힘으로 도와 우울한 부모의 얼굴을 밝게 만들고 싶다. 내 능력을 보여주고 싶고, 행복한 부모의 모습을 보고 싶다. 이 그림책은 아이들의 이런 소망을 만족시켜 아이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한다.

서천석 소아정신과 의사

이제 곧 겨울이다. 털양말이 필요한 계절이다. 경제적인 상황만 놓고 보자면 많은 가정에서 이미 겨울은 현재진행형일지 모른다. 이 겨울이 더 추운 아이들도 분명 많을 것이다. 그 아이들에게 이 그림책이 작은 위안이 될 수 있을까? 이룰 수 없는 꿈은 슬프다지만 아이들에겐 아무래도 꿈이 더 필요하다.

서천석 소아정신과 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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